20년 넘게 교육계에 종사했던 사람으로써 최근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대학 등록금 환불 논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학의 기능과 등록금의 부담감 때문에 앞으로도 논란이 지속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오늘도 여전히 기사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사회의 현실은 한푼이라도 등록금을 적게 내려는 학생들, 학부모들이 국회의원과 힘을 합쳐 대학 등록금 환불과 관련해서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국회의원의 목표는 표면적으로는 정의사회구현일지라도 민심으로 일컬어지는 표심을 얻기 위한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맘카페-종교단체-학부모단체가 조금만 이슈를 제기하면 이것이야말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달려드는 것이 국회의원들의 속마음임을 수차례 겪어왔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인용해보겠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2학기에 대면강의를 확대하려던 대학들이 비대면 강의로 선회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보름 내지 한 달만 비대면 강의를 실시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학사일정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학생들은 불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합니다.
1학기 비대면 강의에 따른 대학 등록금 환불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학교와 학생들의 갈등이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는데요. 지난 19일 연세대가 중간고사 전까지 모든 수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 주요 대학들은 당분간 대면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비대면 수업을 계기로 촉발된 1학기 등록금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인데요. 건국대는 이미 등록금 일부 환불을 선포한 바 있죠. 경희대도 등록금 환불의 규모를 두고 총학생회와 학교 측이 논쟁을 거듭하다 1학기 등록금 실 납부액의 5%를 환불하겠다는 합의안을 도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늘 여기서 갈등...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갈등의 출발선에 문제가 생깁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라는 단체인데요. 전국 대학생 2,9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서 93.7%의 학생들이 2학기 등록금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1학기 대학 등록금 환불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통계자료가 다 이 단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로부터 나왔습니다.
우리 사회 통계조사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인데요.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라는 곳에서 조사를 했을 때, '환불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이야기하는 대학생들은 얼마나 될까요? 모집단, 표본집단 산출에 따른 오류입니다. 국민 300명을 대상으로 십만원, 백만원씩 돌려주겠다고 했을 때, '싫어요!'라고 답변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답변입니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등록금은 대부분 학부모, 부모님이 납부하지만, 환불이라는 것 자체는 학생들이 돌려받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낸 금액의 일정부분을 자신의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데.. 여기에 힘을 보태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이 갑작스럽게 오프라인, 대면 강의로 전환이 되면 서울에 거주할 방을 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대면 수업을 계속하면 안되냐는 청원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정말로 학사일정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대학은 적어도 그런 학생들에게 일정 부분의 배려를 해줄 태세는 갖추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오프라인 시험이 온라인 시험보다 유리한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논리에 있어서 교수님들은 공정한 평가자로서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험과 노하우로 축적된 사회와 조직이 그렇게까지 허술하지는 않습니다.
불확실한 학사일정과 뒤늦은 공지 때문에 불편을 겪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사의 내용들도 있습니다. 이건 사실 서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인데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느 누구도 이렇게까지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모두다 노력할 뿐입니다. 불확실한 학사일정과 뒤늦은 공지에 있어서 학생들이 가장 문제를 삼는 것은 바로 소통입니다. 그 소통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홈페이지 공지나 페이스북 공지, 아니면 전체 문자 메세지를 보내도 읽지 않는 사람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인데요. 그럴때 늘 이것을 문제삼는 집단이 총학생회입니다. 사실은 학생들로부터 그렇게 사랑받지 못하는 집단이죠. 요즘 사실 총학생회가 존재하는 대학도 많지 않은데요. 총학생회 같은 단체는 더이상 필요없고 총학생회비라는 것은 학생의 자율의지에 따라서 납부해야 하는 것이라는 학생들이 교육부에 청원을 넣자 교육부는 이를 받아들인 결정 등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교육부 비판은 나중에..). 총학생회의 존재가 학생들에게 외면받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총학생회가 자신들과 소통하지 않은 대학의 본부를 폄하하는 것은, 학생들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의 상황을 대학 본부로 돌리고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정말 선순환적이고 제대로된 구조를 갖춘 대학은 이사회, 총장 또는 대학 집행부, 대학 본부가 총학생회, 학생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대학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규모가 커지면서 서로 책임을 회피하게 되고, 요즘의 사회가 서로의 이권만 주장하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니... 여기에 학생들조차 나몰라라 한다면 올바른 합의점을 찾는 것은 당연히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먼저 살짝 정리를 해보죠.
일반적인 학생들의 시각은 이렇습니다.
1. 학생회비를 내기 싫다.
2. 총학생회는 나랑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3. 그렇지만, 등록금을 환불해준다면 엄마 몰래 내 용돈으로 쓸 수 있을테니 너무 좋을 것 같다.
이런 논리는 누구나 내세울 수 있습니다.
좀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일단 대학의 기능에 있어서 대학이 교육을 본질로 삼느냐, 취업을 본질로 삼느냐, 학벌을 본질로 삼느냐에 따라서 논점과 시각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육을 목표로 삼는 대학과 취업을 목표로 삼는 대학은 분명히 구분이 되어야 하며, 졸업해서 학위를 취득하는 것만으로 메리트가 있는 대학은 또 다르게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학위 취득이 제일 우선인 명문 대학이 있는 반면에, 취업사관학교를 모토로 내세우는 대학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자 그럼 먼저,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대학은 오프라인 수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강의실 사용료, 전기 사용료, 기타 제반시설에 있어서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갔고... 그 이유로 이전과 같은 등록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 게다가 강의를 하는 교수들조차 온라인 교육에 경험이 없고 형편없는 강의를 일삼기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내가 비록 명문(?) 대학교에 입학을 했지만, 내가 받은 교육은 사이버대학교의 교육보다 못하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반론이 아닌 변론을 제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로 강의실 사용료, 전기 사용료, 제반시설 사용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대학은 지출하게 됩니다. 서버의 확충, 관련 장비의 구입을 비롯한 많는 비용이 소요가 되었죠. 학생들은 등교를 하지 않도록 조치하더라도 교수들은 대학에 출근을 했으며 그 기반시설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학교에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학생들은 늘 있습니다. 그 학생들에게 집에 돌아가라고 할수도 없습니다. 일부 대학에 한정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대학이 납부하는 전기 사용료는 그다지 크지 않으며, 대학의 입장에서는 강의실 같은 기반 시설을 외부에 대여해줌으로 발생하는 수익조차 0(제로)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럼에도 무리해서 강의실을 빌려서 사용하려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고, 그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직원들은 필요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인건비는 그대로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학의 입장에서는 학생 100명이 출입하거나 1명이 출입하거나 소요되는 비용은 같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 예를 들면 대학내 매점이나 카페 등에서 물건을 판매하며 얻는 수익도 형편없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 강의의 질에 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OOO사이버대학교의 교수진보다는 XXX대학교의 교수진이 훨씬 더 훌륭한 분들인 것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을 것 같습니다. OOO사이버대학교의 교수님들은 XXX대학교의 교수님이 되지 못해서 그 길을 택한 것일테고.. 학생들도 OOO사이버대학교보다 XXX대학교를 선택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온라인 강의가 되었건 오프라인 강의가 되었건 학생들이 믿고 선택한 XXX대학교의 교수님들은 OOO사이버대학교의 교수님들보다 훨씬 더 나은, 양질의 교육을 해줄 것입니다. 아직 익숙하지 못할 뿐이지 이게 등록금 환불, 할인의 이유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XXX대학교에서 그 교수님을 채용한데는 OOO사이버대학교의 교수님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경력과 스펙, 능력을 가지고 있게 선발한 것입니다. 적응의 시간이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주시는 좋을 것 같습니다.
3. 다음으로 제일 중요한 학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궁극적으로 대학을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위 취득이 아닌가요? 오프라인으로 진행이 되었든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었든 여러분들이 얻는 학위는 같습니다. 오히려 상황이 이래서 편하게 학위를 취득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코로나 초기에 대학의 많은 교수진들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라고 할지라도 똑같이 학점을 이수하고 성적을 부여받으며 학위를 취득하는데 등록금(일부)을 환불해 달라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학 등록금이 비싼 나라이기는 하지만, 우리보다 훨씬 등록금이 비싼 미국의 대학들도 등록금을 환불해주지는 않는데요. 이와 같은 이유라고 합니다. 학위장사라는 비판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등록금을 내는 것임을 부정하는 분은 없을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습니다.
오프라인, 대면 시절보다 쉽게 학위를 취득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더 나은 성적을 뽑아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포스팅이 너무 길어져서 대학 등록금 환불 관련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서 포스팅에 하겠습니다만, 자기만의 입장보다는 상생, 발전의 입장을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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